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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킨다
    리뷰 2022. 7. 19. 18:07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드라마라고 인식되면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시키고 그들의 실제적인 문제를 교묘히 은폐하고 장애인을 도구화할 뿐이다. 

     

    1. 대중문화

     

    최근 대중문화는 예술이라기 보다는 포르노에 가깝다. 최근의 대중문화는 창작자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물을 보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욕구를 대신해서 충족시켜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k팝, 영화, 드라마, 일본의 애니메이션 등 대부분의 대중문화가 그렇다. k팝은 현실에 없는 이상적인(idol) 남성 혹은 여성상을 만들어내고 대중들은 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남성 혹은 여성과 정신적 관계를 맺는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찌질하고 능력없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를 보는 대중들이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사하기 쉽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찌질한 면이 있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애니메이션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사하고 그 주인공이 애니메이션 속에서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 이야기를 보며 그들의 관계욕구를 대리만족 시킨다. av 남자 배우들이 못생기게 나오는 이유도 같다. av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못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잘생긴 사람은 굳이 av를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잘생긴 남자배우가 나오는 av는 av를 보는 사람들이 남자배우에 이입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영상에 나오는 배우와 나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못생긴 남자배우는 av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투사하기 좋게 한다. 사람들은 av 남자배우에 스스로를 투사하고 그 남자배우가 여자배우와 성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며 성욕을 대리만족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의 대중문화 역시 포르노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중문화가 이런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나쁜일이 아닐수 있다. 대중들이 그 창작물들을 보며 행복하다면 뭐가 문제일까?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다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자폐인이다. 또 자폐인에 대한 편견을 깨부순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도 결국은 이를 보는 대중들의 욕구를 대리만족 시켜주기 위한 드라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대중들의 욕구를 대리만족시킬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자폐아인 이유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폐아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를 보며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이 부족한 부분이 남들에게 비난받지 않을까 걱정한다. 주인공인 우영우는 대중들의 이 '부족한 부분'의 결집체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우영우의 모습에서 사회성이 부족한 자신들의 모습을 느낀다. 우영우의 부족한 부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며 공감한다. 요컨대 우영우는 자폐아를 표현하였다기 보다는 일반적인 대중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이것이 이 드라마 인기의 비결이다. 자신과 일면 비슷한 부분이 있어보이는 우영우라는 변호사는 자신을 무시하는 여러 빌런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사실 너희보다 내가 똑똑해"라고 말하는듯하다. 이는 현실에서 여러 이유로 무시받은 대중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즉, 이 드라마는 장애인의 편견을 깨부시고 장애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 대중과 장애인을 친숙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아니라 대중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이고 장애인은 그 과정에서 도구로 이용되었을 뿐이다.

     

     

    2. 장애인은 착하다는 편견

     

    장애인은 착한가? 정신적 문제가 있는 장애인들은 절대 착하지 않다. 착하기 위해서는 잘 교육받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필요하다. 장애인들이 이런 환경을 가졌을리 만무하다. 장애인들을 가까이서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이들은 착하지 않다. 착하다는 것은 소위말하는 '정상인'들의 전유물이다. 자폐아들은 항상 사람들을 당황시키고 난처하게 한다. 영화 '말아톤'에 나오는 주인공의 어머니의 대사가 이를 잘 표현한다.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주인공의 어머니는 자식이 다른 사람들을 난처하게 하고 사회에서 용납되기 힘든 행동을 할때마다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다"며 사람들에게 사과한 것이다. 자식이 장애를 가졌을때 가장 슬픈 것은 부모다. 하지만 그 부모는 오히려 "사과의 주체"가 된다. 부모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고통받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존재이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은 이 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이 어머니의 고통이 담긴 문장을 반복해서 말한다.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이 장면은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실제적인 문제가 뭔지 잘 보여준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우리의 '상식'이나 '예절'에 맞지 않는다. 어머니의 가슴아픈 절규를 그저 되풀이하는 '말아톤'의 장면은 이런 장애인들이 가진 실제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말아톤'이 명작인 이유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는 '말아톤'의 주인공과는 많이 다르다. 우영우는 착하고, 똑똑하고, 귀엽고, 이쁘다. 우영우의 이 4가지 특성은 현실의 장애인들은 가지지 못한 특성이다. 현실의 장애인들은 착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고 귀엽지도 않고 이쁘지도 않다. 이 점에서 나는 우영우가 현실의 장애인을 표현한 것이 아닌 일반 대중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착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가 악하거나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스스로 나쁘고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긴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즉 사람들은 스스로를 미화해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영우라는 캐릭터는 착하고 똑똑하고 귀엽고 이쁘게 창조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자폐적인면, 즉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면이 존재하기에 우영우는 자폐를 가졌지만 동시에 착하고 똑똑하고 귀엽고 이쁜 존재로 창조되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다. 자폐아를 자식으로 둔 어머니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불편하다는 글이다. 당연한 반응이고 통찰력있는 부모다. 이 드라마는 자폐아를 위한 드라마가 아니다. 자폐아의 편견을 부수는 드라마 또한 아니다. 드라마에서 자폐인은 일반 대중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3. 장애인의 현실

     

    현실의 장애인들이 가진 문제는 드라마속 우영우가 가진 문제와 상당히 다르다. 드라마는 우영우와 편견없는 우영우의 친구들을 '선'한 존재로 묘사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진 정상인들은 '악'한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현실의 장애인들이 가진 문제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학창시절 남자 자폐아동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서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누는 것을 목격한 적 있다. 이 자폐아를 보며 놀라고 도망치는 여성들은 '악'하지 않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이 자폐아 역시 악하다고 할 수 없다. 자폐아들은 '악'한 정상인때문에 고통받는 것이 아니다. 

     

    자폐아들은 우리 사회가 가진 '도덕', '예의'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예의 없는 사람' '비도덕적인 사람'에 가깝다. 자폐아들과 우리사회가 가진 진짜 문제는 우리가 가진 기준에 맞지않는 이 자폐아들을 어떻게 우리 사회에 잘 융화시키고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기에 용납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자폐아들을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게 해야할까? 우리가 가진 도덕이나 예의 따위를 없애야 하는 걸까? 자폐인의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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